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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월간부모 - 허브나라 이두이 사장 소개
방송일자 2004년 12월호 월간부모


 


 


 

 


 

 


 


송년모임이 생각나는 연말이다. 친구나 동료, 또는 가족끼리 한 해를 돌아보며 오붓한 시간을 가지면 좋을 12월이다. 모처럼 서울 근교로 '드라이빙 산책'을 떠나도 좋을 만큼 초겨울의 날씨는 아직 괜찮게 느껴진다. 첫눈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을 동반하고 길을나서 도착한 곳이 운치 있는 계절에 더 어울리는 곳이라면 한번쯤 만사를 제쳐두고 온 길이라 한들, 그에 따르는 후회는 조금도 없지 않을까.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 있는 흥정계곡을 끼고 단아하게 펼쳐진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마치 동화 속에 나올 법한 그림 같은 마을이 자연의 품안에 포근하게 안겨 있다. 겨울이 더 깊어지기 전, 나뭇잎이라도 구경해 볼 요량이면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다.

그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그 안에서 자연인으로 하루를 호흡하며 사는 사람, 허브나라의 안주인 이두이(60) 사장을 만났다. 명함에 박힌 글자대로라면 '사장'님이 분명하지만 그의 모습은 정장 차림의 '관리자 패션'이 아니었다. 일터에서 일하다 중간에 나온 사람처럼 그의 행색은 '허브나라 일꾼' 복장이었다. 하지만 하나도 낯설지 않았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일과 동화되어 있는 자연속의 농부 같은 그런 모습이 그의 '본색(本色)'인 까닭이었다. '허브나라'를 가꾸는데 그는 하루에 꼬박 20시간을 할애하며 산다. 외려 자는 시간을 아깝게 여길 정도로 '허브나라'를 가꾸는 일에 헌신적이다.


 * 자연 안에 깃든 '허브나라'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만큼 '천혜'의 장소에 잘 조성되어 있는 곳이 바로 '허브나라'다.
평창근처에 다니러 왔다가 이곳을 들러가지 않는 여행객은 거의 없을 정도로 세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명소다. 그만큼 여행객들의 사이엔 제일로 꼽히는 방문 장소로 자리매김한 지가 벌써 오래 전이다. 여름엔 20명 정도의 직원이 상주하지만, 휴지기(休止期)라 할 수 있는 가을이나 겨울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든 만큼 상주하는 식구들도 적어진다.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놀이 시설을 들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 대신 이곳의 주인장은 이 터전에 마음이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문화 만들기'를 지향한다. 이를테면 터키 갤러리, 숲 속에 아담하게 조성해 놓은 야외 공연장이 손꼽히는 문화 시설이다.

흥청망청 노는 일 외론 제대로 된 '밤의 문화'가 없는 게 안타까웠다는 이사장은 주변의 많은 각종 숙박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공연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그의 '문화사랑' 나누기의 기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숙박업소들의 꽉막힌 사고방식 때문에 가끔씩 씁쓸한 일들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허브나라' 홈피에 자체 공연 계획을 올리고 홍보를 할 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올핸 가수 이문세씨와 연극인 박정자씨가 숲속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을 가진바 있다.

공연의 진행에서 뜻있는 예술인들이 무료공연을 펼치는 대신 이사장은 공연에 사용될 고가의 장비들을 지원했다. 순수한 뜻이 더욱 빛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숲속의 콘서트가 얼마나 아름다울지는….(독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 '허브나라' 주인장의 가족 이야기

'허브나라' 원장님의 남편 이호순씨와 '허브나라'에서 제2의 인생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는 슬하에 남매를 두었다.
지금 아들은 미국 뉴욕에서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고, 딸은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화실에서 작업을 하는 틈틈이 '허브나라'를 오간다. 사실 '허브나라'의 홈피 그림은 전체가 딸의 작품이다. 더불어 '허브나라' 곳곳에 그려진 그림들도 모두 딸의 솜씨로 만들어진 '작품 세계'다.

가족이 각자의 일을 즐기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며 사는 내력을 갖추기까지 '행복'은 어떻게 가꾸어 온 것일까?

이 물음에 그는 "지금까지 가족 간에 누구든지 'NO'란 없었다."고 했다. 가족 간에 서로의 뜻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왔다는 뜻이리라.

그가 남편인 이원장을 만난 건 서울대 농대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서울 공대생이면서도 농대공부에 더 관심이 많았던 이원장은 부모님의 반대로 전과는 하지 못하고, 한달에 10여일 씩 수원으로 농대 수업을 들으러 다니던 중에 지금의 아내와 만나 결혼했다. 삼성에 입사한 이원장은 주말과 휴일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성실한 가장이었다. 나라 전체가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불도저처럼 일하던 시절이었다고는 하지만, 휴일도 없이 일만 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은 없었던 것일까? 그에 대한 이사장은 이런 말을 해주었다.

"물론 지금에선 그때가 미안하셨던지 고맙다고 하시죠. 하지만 부인들이나 엄마들이 집안에서 불만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그럴게 아니라 그럴 시간에 열심히 배우고 자기 시간 가지는 것으로 발전을 이루어 나가면 좋겠어요. 난 그 시절에 다시 공부해서 만학이지만 서른아홉 살에 대학원에 진학 했거든요."

불만 불평은 해결책이나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없는, 삶에 있어 해약적 요소일 뿐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한가지, 지금껏 남편에게 받은 선물 가운데 특별한 것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선물요? 항상 주시죠. 항상 주니까 특별한 기억이 없어요."

'아하! 이런 부부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이번엔 가족간에 흔히 있을 법한 생일 파티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그만 우문(愚問)이 되고야 말았다.

"우리는 생일 파티 같은 거 안 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아이들도 다 그래요. 왜? 항상 생일 같이 지내니까요." 라는 현답(賢答) 때문이었다.

자녀들이 모두 공부 잘하고 속 안 썩이면 어느 집이든 화목하지 않겠느냐고 반문을 하겠지만 사실, 슬하의 두 남매는 공부에 있어 '극과 극'이었다. 공부에 취미 없는 아들과 어려서부터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잘하던, 그래서 서울대 미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던 딸이었다. 하지만 그와 남편은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대학에는 안 들어가도 된다고 항상 그랬어요. 대신 아이들이 뭐 한다는 것 막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성공하는 삶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는 거 아니겠어요? 본인이 잘하는 거 하는게 성공인 거구요."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에는 실패했지만 아들은 미국으로 가서 자신을 재발견하는데 성공했다.자기가 무얼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처음엔 영어도 못하고 국내 성적표로 인해 스트레스도 받았다. 그러나 기초 랭귀지 스쿨부터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더니 결국 미국 유수한 대학에 합격을 했다. 이어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학내 컴퓨터 관련 게임공모에 응시해 은상을 수상했다. 그후 아들은 당시의 상금으로 현재의 컴퓨터 회사를 창업했을 만큼,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런 아들의 근황에 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어요. 미국에서 한국인으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스스로 그렇게 말하곤 합니다."

딸 소개를 부탁하자 나이가 서른둘이라고 했다. 기자는 대뜸 "사윗감은 첫 번째로 자연을 사랑해주는 사람이어야겠군요?"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답으로 바로잡아 주었다.

"아니죠. 첫 번째가 딸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딸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써포트 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지…"


 *
못다 한 이야기들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리나라에도 허브가 참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은행, 마늘, 쑥, 참나물, 고사리, 취까지 양념이 모두 허브라는 사실을 말이다. 라벤더, 로즈마리 같은 건 다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까지…
방문객들이야 쉽게 오가며 좋은 구경을 하고 그 향기까지 마음에 담아 가지만, 그 아름다움을 나눠주는 터전을 일구기까지의 애로점은 무엇이었을까.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 꼭 그 한가지가 묻고 싶어졌다.

"어려운 거야 엄청 많죠"


본의 아니게 항상 법을 어긴 범법자로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자그마치 11개의 법에 저촉이 될 만큼 법은 현실과 너무도 멀리 있었다. '허브나라'는 흥정계곡 안에 들어 있기에 자비 1억을 들여 정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았다.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난립해 있는 펜션들의 터무니 없는 정화조 시설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종종 투서나 고발이 들어가면 공무원들은 각종 장비를 들고 와 수질 오염 조사를 해 가곤 한다. 하지만 조사 후 하자가 없다는 결과를 통보 받아도 그 후유증은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곤 한다. 아무리 개인이 만든 시설이라지만 오염되지 않게 노력했으면 관계 기관에서도 관광 진흥 차원에서 예외 조례를 만들어서라도 정책 지원을 해주는 게 합당한 일이 아닐까. 행정의 일관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합리성을 배제한 '행정'이라면 그 잣대의 수정과 개선은 공공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통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골고루 모자람 없는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든 이들의 삶 속에서 필요 이상의 어려움과 고충은 제로 상태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