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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앙일보 "사람 사람" 허브나라농원 소개
방송일자 2003년 07월 07일 (중앙일보)



중앙일보 2003년 7월 7일자
[사람 사람]
평창 '허브나라 관광농원' 운영 이호순씨




사장자리도 훌훌 털고 허브향에 묻혀 제2인생
산기슭에 4백석 야외무대 마련 주말 밤마다
자연음악회도 열어
 


강원도 평창군 봉평읍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흥정계곡에 들면 감자꽃 향기 대신 갖가지 허브 향이 솔바람을 타고 풍겨온다. 진원지는 계곡 입구로부터 1㎞쯤 떨어진 '허브나라 관광농원'.

계곡 왼편 태기산(해발 1천2백50m) 자락에 숨은 듯 자리잡은 농원을 찾아드니 물소리, 새소리가 정겨운데 1백50여종의 허브들이 나름의 향기를 뿜으며 형형색색 반긴다.

데이지.로즈마리.페퍼민트.라벤더.케모마일.스위트배질.박하 등. 아하,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아이고, 별 말씀을…. 차라리 신선 하인놀음이라고 해주세요. 찾아오시는 분들한테 신선 기분이 들게끔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니까 말이에요."

허브나라의 '개국주(開國主)'인 이호순(李鎬淳.60)원장의 손사래를 곁들인 엄살이다.

그가 지금의 자리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은 1993년. 농대 출신 이두이(李頭伊.58)씨와 결혼하면서 "50세가 되면 아이들도 웬만큼 자랄 테니 농촌에 가서 살자"고 한 약속의 실천이었다.

그는 삼성의 자회사 사장 자리도 미련없이 내던졌고, 아내 역시 국내 최초로 운영하던 실내식물조경연구소를 훌훌 털어버렸을 정도다.

그가 농촌 생활을 결심한 건 고교 2학년 때. 유달영(柳達永)박사의 '인생노트'를 읽고나서였다.

"상록수(常綠樹)란 말이 얼마나 멋있게 느껴졌던지 공대 지망에서 농대로 바꿔간 친구들이 30여명 될 정도였습니다. 저도 시도했다가 부모님에게 혼쭐이 나고 결국 서울대 공대 조선과에 진학하기는 했지만 대학시절 내내 한달 중 열흘 가량은 서울대 농대가 있는 수원에서 살았습니다. 집사람도 그 인연으로 만났고요."

대학 졸업 후 26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한시도 상록수 인생의 꿈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해외 출장 때는 짬을 내 어김없이 농장들을 찾아다녔다. 이렇게 해서 80년대 말 얻은 결론이 관광을 곁들인 허브농장.

하지만 문제는 장소였다. 본래의 취지대로라면 대도시에서 한두시간 거리에 있으면서 심심산골의 분위기가 나는 곳이어야 하는데 전국을 뒤져도 선뜻 맘에 드는 장소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떠올린 곳이 대학시절 두번인가 문학기행차 들렀던 봉평.

"문화적 분위기도 괜찮겠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지금의 터가 눈에 딱 들어오기에 집이고 뭐고 전부 털어 간신히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어제까지 도시인이었던 李씨 부부에겐 막상 2만평의 땅을 일군다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손발이 부르트고 몸살 기운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허브밭을 조성한 데 이어 카페.식당을 위한 집을 짓고 계곡 옆 곳곳에 쉼터를 만드는 등 관광객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3년간의 고생 끝에 얼추 모양이 갖춰지자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알음알음으로 손님이 꾀기 시작했다. 여름철엔 멋진 계곡에다 허브를 감상하려는 휴가객들로 정신이 없을 정도다. 여기엔 농대 출신 아내의 솜씨가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허브를 이용, 각종 먹거리와 생활용품을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농한기인 11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해외로 견학을 다녀오곤 한다. 이곳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문화와 예술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산기슭에 4백석 규모의 '별빛무대'를 마련, 지난 5월부터 주말 저녁마다 자연음악회를 여는 것도 그 때문이다. 5월엔 노영심.이루마 등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가, 6월엔 신예원.이자람 등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져 반응이 뜨거웠다(야외라 장마철엔 쉰단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엔 터키 미술품 3백점 가량을 전시하는 터키갤러리도 열었다.

올해 5회째로 매년 9월 초 메밀꽃 필 무렵에 열리는 봉평의 '효석문화제'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기업에서 쌓은 경영의 노하우를 살려 축제 운영을 돕고 99년부터 매년 주민 10여명과 함께 소바(메밀국수)축제로 유명한 일본 도가무라(利賀村)를 찾아 한 수 한 수 배워오고 있다.

"허브나라를 잘 가꾸려는 것도 봉평의 '작품'으로 남겼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라는 그의 말에 푸른 향기가 감돌았다.


중앙일보 이만훈 사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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